루이스를 떠나온 시트리 리퀘스트.
받은 리퀘스트 2014. 10. 25. 18:29 |리퀘스트 내용: 루이스는 결국 연합을 선택하고 전쟁터에 나섰고, 더이상 능력자 전쟁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트리비아는 모두의 비난과 실망을 등지고 원하던 대로 혼자 떠나버림. 거기서 액자를 들고 튀었던 시바가 너를 다시 트와일라잇에 데려다주겠다. 아무도 없는 세계에 나와 함께 가자, 하고 꼬셔서 트리비아 데리고 트와일라잇에 가고... 서로 사귀는듯 아닌듯 연애하는... 트리비아는 그 도시안에서 살고 시바는 왔다갔다하면서 본래 하던 대로 노는데...가끔씩 잘 있나 보러 오는... 정신보다는 육체관계가 먼저 진행되어있었으면 좋겠어여. 서로 그냥저냥 친한데 ㅇㅇ 사귀는 건 아니다. 시바가 애교스럽게 굴어오면 트리비아도 받아주고.. 루이스에 대한 걸 묻지는 않지만 궁금해했으면 좋겠군.. 내심 시바가 소식을 전해줬으면 하는데, 말로 안 하고. 시바도 듣고 싶어하는 거 아는데 말 안 하고. 시바가 일부러 말 안 하는 거 트리비아는 알고 있고. 근데 굳이 추궁 안 하고. 그러다가 어느날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주면... 그건 또 덤덤해했으면 좋겠다. 그를 포기하고 떠나온 시점에서 그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거였고 그의 죽음을 각오하였기 때문에...리퀘였는데 점점 썰이 되는군 걍 적당히 짤라. 쓰고 싶은 부분만 쓰든지.
애초부터 그녀는 그녀 의외의 것들을 짊어지기에 적합치 않은 사람이었다. 그녀를 수식하는 단어들은 무수히 많았고 또한 그에 합당한 사람이었다. 모델, 신경질적인, 아름다운, 날카로운, 매력적인, 무관심한 등등의 단어들. 하지만 많은 수식어들과는 반대로 그녀의 이미지는 단 하나란걸 동의 할 것이다. 그게 언제가 되었든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릴 흐린 모습. 마치 거기에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듯이 사라져버릴 그 분위기. 아무도 그녀의 세계에 범접 할 수 없다. 그게 설령 그녀의 연인인 세간의 영웅일지라도. 그녀를 도와 줄 수 있는건 그녀 자신 뿐이다. 그 언젠가의 정확한 시기는 모르지만 그 날은 반드시 올 것이라고 알고 있었기에 영웅은 초조 했던 걸지도 모른다. 매일같이 전장 한복판의 삶을 함께 하고 전장 밖의 지저분한 일상도 함께 했으며 가장 깊은 마음인 사랑 또한 함께한 그들. 그리고 영웅이 연인인 그녀와의 마찰로 가장 힘들어하던 찰나, 우려했던 사태가 일어났다.
더 이상은 안돼.
날카롭게 올라간 목소리가 끝을 선언한다.
아마도 넌 딱 내 생각만큼 이었던 걸지도 몰라. 그리고 넌 끝내 내 선택을 존중해주지 않았어.
순간 그녀의 목소리가 어느때보다 여리게 들렸던건 착각일까.
이제 끝이야.
그렇게 선포한 말이 끝나자 그녀의 얼굴에 드리운 망설임은 사라졌고, 반박을 위해 입을 연 영웅의 말문은 막혔다.
결국 그녀는 모두가 예견했던대로 그림자 사이로 흩어져 버렸다.
불안정한 그녀의 이름은 트리비아 카리나. 비극적인 영웅의 이름은 루이스였다.
내가 널 누구도 데려가주지 못할 곳으로 데려다주지.
같은 그림자를 밟고선 여인이 도톰한 입술을 놀리며 트리비아가 바라던 꿈같은 한마딜 던진다. 제가 바라는 곳. 줄곧 바래왔고 간절히 찾던 나만의 장소. 독이 발린 가시 넝쿨 마냥 제게 뻗치는 손. 마치 날카로운 날붙이를 맨손으로 쥐는 것 같아 서늘하기 짝이 없었지만, 피비린내가 자욱한 여자의 다른 팔에 들린 액자가 흐린 의혹을 파한다. 그대로 트리비아는 홀린듯이 뻗은 손을 잡았다. 더 이상의 흔들림은 없다.
오롯이 너의 장소인거야. 종종 널 보러 갈게. 그때만은 너와 나의 공간인거고. 어때, 재밌겠지?
그렇게 말한 여인은 깔깔, 요란한 웃음소리로나마 한 사람이 비어버린 그림자를 매웠다. 그렇게 트리비아는 세상으로부터도 등을 돌렸다.
마리에. 벌어진 입 사이로 다리 사이를 파고드는 여인의 이름이 한숨과 같이 나온다. 달뜬 숨에 섞인 이름에 답하듯 또 다시 입술이 겹치고, 가쁘게 오르락 내리락 하는 풍만한 가슴은 가늘고 긴 손에 쥐어 잡힌다. 쉿, 지금은 시바 포. 시바는 트리비아의 입술 위로 번진 루즈를 엄지로 문지르며 가늘게 웃는다. 잡아 벌려진 다리는 허공을 헤메다 시바의 가는 허리에 엉겨 붙었고 사정없이 시트 위로 흐트러진 굵은 컬의 갈색머리는 예쁘기 그지 없어 암살자의 가학심을 부추긴다. 그렇게 아름다운 여인 둘은 그리 급하지도 않으면서 당장 급한척, 빠르게 욕정의 불을 당긴다.
카리나. 오늘도 예쁘더라. 정말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내 타겟이 너 같았으면 시간이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흥이 날텐데.
얼마만인지 모르겠지만 오랫만에 와서 다짜고짜 몸을 탐하던 자가 할 말이라기엔 지나치게 뻔뻔하다. 그럼에도 매끄러운 침대시트를 덮은 트리비아는 드러나진 않지만 제법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뒷목에 남긴 키스마크를 문지르는 척, 목덜미를 틀어쥐려는 손길에 나른한 숨이 샌다. 얌체같긴. 그리 중얼이며 트리비아는 시바가 쥐고 있던 담배를 들어 크게 들이마신다. 동시에 시바의 짧은 보브컷이 갑작스런 손길에 의해 흐트러진다. 시바는 입으로 건네받은 담배연기를 파트너의 헐벗은 가슴에 뿜어내며 잘도 웃는다. 앙큼한 년. 그래서 네가 좋아. 그 말에 트리비아 또한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하, 어련하시겠어. 침대 옆에 은은히 켜놓은 양촛불이 흔들리다가 이내 한마리 박쥐의 날갯짓에 점멸한다.
키스. 너와 하는 키스에선 항상 루즈맛이 나. 성당 십자가 맨 꼭대기 위에 올라서서 안개가 자욱한 도시를 내려다보다가 문득 기억을 스치고 지나간 말이다. 언젠가 시바가 한 말. 제 루즈를 바른 입술을 손끝으로 한번 훑어본다. 너도 별 다를 거 없는데 말이야. 그림자에 스며드는 능력을 가진 그녀만이 존재하는 도시에서 잠깐의 중얼거림은 누구도 듣지 못할텐데도, 트리비아는 그렇게 중얼였다.
그녀가 오면.. 예외없이 안겨오는 버릇을 받아 기꺼이 팔을 벌린다. 그 다음 순차는 애교스럽게 웃는 걸로 시작해 바깥의 이야기를 한다. 타겟이 정말 못생겼었다는 둥 같은 직업 동료들의 연기가 정말 형편없었다는 둥의 그런 이야기. 그렇게 적당히 듣고 있다보면 불평할 말이 떨어지고, 그 즉시 양껏 입술을 부벼온다. 그렇게 입을 열면 혀가 섞이고 옷의 어깨 부분과 함께 브라끈이 끌어 내려진다. 그 후는 언제나.. 이렇게 그녀와 살을 섞는 일이 언제부터 였는지 모르겠다. 그와 동시에 옛연인이었던 영웅과의 추억은 점점 퇴색되어만 간다. 분명 처음에는 소식이 궁금해 시바에게 넌지시 알고 싶단 눈치를 넣기까지 했는데 말이다. 물론 그에 대한 답은 얻지 못했지만. 널 잊어가고 있어. 혼자만의 공간에서 여인은 그 사실이 못내 씁쓸하면서도 당연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보통은 온통 보라색으로 덮힌 타이트한 옷을 입고 오지만 가끔씩은 화려하기 그지 없는 옷들을 걸치고 나타난다. 지금처럼.
카리나 자기~ 나 많이 기다렸어?
피비린내가 자욱한 박쥐 무리가 사라지자 화려한 파티용 드레스를 걸친 시바가 나타난다. 가시지 않는 피내음에 슬풋 인상쓰고 있던 트리비아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마리에? 라고 앞에 있는 여인의 이름을 불러본다.
아니, 포.
피로 물든 장갑에 숨기고 있던 나이프를 꺼내 보이며 짧막하게 답한 그녀가 애교스럽게 웃는다. 아 저 웃음. 당연히 저에게 붙을 시바를 위해 트리비아는 끼고 있던 팔짱을 푼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시바는 달려들어 사랑스러운 여인을 꼭 껴안는다. 꿈 속의 연인. 지독하고 끔찍한 매력을 지닌 여자. 서로는 서로를 그렇게 여기며 안그래도 짧을 얘기를 생략한다. 밤은 길어. 그렇게 말한 시바의 말에 트리비아는 미미하게 웃는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어. 그렇게 트리비아는 파트너의 드러난 맨 등에 손톱을 세우는 걸로 보답한다.
이번엔 루즈를 칠하지 않았는데. 그러네. 너와의 키스는 항상 루즈맛. 제 입에 옮겨 붙은 시바의 붉은 루즈를 손등으로 비비며 든 생각이다. 헝크러진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올리고선 눈을 한번 느리게 감았다 뜬다. 피곤해. 그렇게 늘어져라 편안하게 자세를 고친 뒤 들뜬듯이 옷을 고르는 시바에게로 시선이 향한다.
이건 어때 카리나. 나 제법 고민 많이 해서 가져온거야. 내가 가질까 했었는데 난 예쁜 옷이 차고 넘쳐서 말이지. 벌써 옷장만해도 내가 모르는 옷들이 수두룩해. 곤란해 죽겠다니까! 쇼핑백 가득 들고온 옷들을 바닥에 어지럽히며 빙글빙글 돌고 있는 시바는 늘 말을 하는 입장이고 트리비아는 그것을 들어주는 입장이다. 할 말이 떠오르지도 않을 뿐 더러 대답을 주지 않아도 시바는 혼자서 잘 떠드니까 상관이 없단 느낌이다. 편안하기도 하고. 그렇게 엎드려서 아닌척 시바의 말을 경청한다.
그거 알아? 연합의 영웅나리께서 죽었어.
그 얼음을 사용하는 재수없는 남자 말이야. 마치 지나가는 개가 죽었다는 식으로 말을 꺼낸 시바는 무용하듯 돌고 있던 발을 멈춘다. 그리고선 트리비아에게로 천천히 다가가 반응을 살핀다. 울까? 절망할까? 그녀의 반응 따라 시바는 제 손으로 기꺼이 꿈속의 연인을 찢어버릴 것 이다. 그렇게 암살자의 웃음을 띄운채 그녀의 반응을 기다린다. 오래 기다릴 것도 없이 돌아온 반응은 어처구니 없을만큼 평온했지만.
그래.
트리비아는 슬퍼하지도, 울지도 않았다. 그저 평소와 같은 얼굴로 시바를 보고 있을 뿐 이었다. 시바의 가식적인 미소에 금이 간다. 소름끼치게 어여쁜 자신의 하룻밤 연인은 아무래도 진짜 연인이었던 모양이다. 비록 꿈 속에 살고 있어도 말이다.
"변덕스런 암살자도 다룰 줄 알고. 네가 정말 좋아, 트리비아."
내 그림자 연인. 시바가 먼저 서로가 지금껏 암묵적으로 지켜왔던 룰을 깼다. 그에 따라 트리비아 또한 손을 뻗어 시바의 등에 새긴 손톱 자국을 쓸어본다. 평소라면 따갑다고 호들갑을 떨며 불평했을 그녀지만 지금 당장엔 제 허릴 감싸는걸로 대답을 촉구한다.
"아나벨라. 아니, 시바."
바란다면 얼마든지. 루이스는 이미 잊혀졌다. 그의 죽음에도 아무렇지 않은 마음이 그 증거겠지. 그 위를 덮은 새로운 사람은 이 독을 품고 저에게 다가온 여자, 시바 포다. 침대 위에서 바라본 천장이 이지러지며 다시 한번 부드럽게 배가 맏닿는다. 여기서 만큼은 너는 내꺼야. 나 또한 네 것이라고. 너의 말인지 나의 말인지 모를 괘씸한 말이 귓가를 스쳐간다. 시야에 곧 서로의 얼굴이 채워지고, 입술이 겹쳐지는 걸로 다시끔 달콤한 향연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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